나의 보금자리에 어느날 문득 비둘기 부부가 들어 앉았다.

영문도 모른 채 나의 거처는 그들의 거처가 되었고 그들의 거처는 나의 거처가 되었다.

단 한장의 임대차 계약서나 월세나 반전세도 아닌, 일종의 무단 칩임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나에게 단 한마디의 동의도 구하지도 않은채 그렇게 되어 버렸다.

하루하루 계절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그들은 비둘기 가족이 되었고

잉태하는 새끼 비둘기들, 소복소복 쌓이는 분뇨와 비듬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창문을 걸어 잠구고 커텐을 치며 그들과 대치했다.

훠이훠이~ 저어대는 나의 손짓에도 그들은 이내 다시 돌아와 나의 손사레를 손인사로 받아들여 무안케 했다.


하지만, 나를 평안케 했던 것은 세상과의 단절 속에도 그들은 나와 함께라는 안도감이 

어느날 나를 위안케 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루하루 새끼 비둘기가 평안한지 매일 아침  확인하고 혹시라도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한때 나의 적이었던 비둘기는 어느날 식구는 아니지만 가족이 되어 버렸다. 


윗집 아랫집 이웃집들은 하나 둘씩, 우산이나 케이블 타이로 그들에게 맞서 싸우기 시작했고 

나 또한 그들과 이하동문이었으나, 새끼비둘기가 창공하는 순간까지 기다리리라 마음 먹었드랬다.

끝날거 같지 않던 탄핵의 겨울이 지나고 개나리가 피어날 무렵, 잊고 있던 비둘기 가족들은 모습을 감추었고,

내가 살던 집 아니 비둘기가 살던 집에 창살이 들어와 앉아버렸다. 그것두 거금 25만냥.


나의 긴 겨울은 비록 끝났지만, 눈 앞에 마주한 쇠 창살은 아직도 차갑기만 하다.

창살에 나를 가둔 마냥, 먼가 가슴을 짓누른다.

무엇보다 비둘기 가족들의 안녕이 궁금하고 내가 뺏은 그들은 어디에 보금자리를 틀것인지,

새끼 비둘기는 하늘을 날 수 있는지, 어디서 멀 먹고 사는지,

오늘따라 비둘기 모가지를 180도 틀어제끼며 나를 바라보던 그들이 무지 보고 싶다. 그립고 그립다.

있을 때는 몰랐던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에 대한 감사함이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비둘기야 행복하게 살아라 안녕! 구구구구구구구구ㄱ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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